立春의 뜻
立春은 大寒과 雨水 사이에 있는 첫 번째 절기로 해가 황도(黃道) 315도에 위치할 때이고,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다. 음력으로는 섣달(12월)에 들기도 하고 正月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과 正月에 立春이 두 번 들게 된다. 이것을 複立春(복입춘), 또는 再逢春(재봉춘)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立春 15일간을 5일씩 3候(후)로 나누어 初候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中候에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末候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立春 전날은 절분(節分)으로 불리고,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해넘이'라고도 불리면서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한다. '보리 연자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은 立春이 지나도 추위는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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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의 민속
立春방
立春이 되면 새 봄을 맞이하는 뜻으로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은 '춘첩자(春帖子)'를 붙이고, 민간에서는 '춘련(春聯)'을 붙인다. 특히 양반 집안에서는 손수 새로운 글귀를 짓거나, 옛사람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춘련을 써서 봄을 축하하는데 이것을 '춘축(春祝)'이라 한다. 이때, 댓구를 맞추어 두 구절씩 쓴 춘련을 '대련(對聯)'이라 부른다. 이 춘련들은 집안의 기둥이나 대문, 문설주 등에 두루 붙인다.
대련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글귀는 '立春大吉 建陽多慶'이다. 이 뜻은 “立春에는 크게 좋은 일이 있고, 새해가 시작됨에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이다. 여기에서「建陽」은 19세기 말 고종즉위 33년부터 다음해 7월까지 쓰인 고종황제의 연호(1896∼1897)이다. ‘建陽多慶’은 그 당시 國泰民安(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함)을 기원하는 뜻에서 집집마다 써서 붙였다고 한다.
그 외에는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기를 바랍니다.”와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 ;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등이 있다.
조선 때 천문, 지리, 측후를 맡아 보던 관청인 관상감(觀象監)에서는 붉은 물감으로 귀신을 쫓는 글인 '신다울루(神茶鬱壘)'를 써서 궁중의 문설주에 붙여 둔다. 신다와 울루, 이 두 신은 귀신들이 다니는 문의 양쪽에 서서 모든 귀신을 검열하는데 남을 해치는 귀신이 있으면, 갈대로 꼰 새끼로 묶어 호랑이에게 먹인다고 믿는다.
‘흥부집 기둥에 입춘방(立春榜)'이란 속담이 있다. 잠결에 기지개를 켜면 발은 마당 밖으로 나가고, 두 주먹은 벽 밖으로 나가며, 엉덩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 동네사람들이 걸리적 거린다고 궁둥이 불러들이라고 하여 깜짝 놀라 일어나 앉아 대성통곡하는 그런 집을 말한다. 그런 집 기둥에 입춘방을 써 붙였으니 '격에 맞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아홉 차리
이날은 각자 맡은 바에 따라 아홉 번씩 일을 되풀이하면 한 해 동안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액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글방에 다니는 아이는 천자문(天字文)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며, 노인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꼰다. 계집아이들은 나물 아홉 바구니를, 아낙들은 빨래 아홉 가지를, 길쌈을 해도 아홉 바디를 삼고, 실은 감더라도 아홉 꾸리를 감는다. 또 밥을 먹어도 아홉 번, 매를 맞아도 아홉 번을 맞았다. 아홉 번 한다는 뜻은 우리 조상들이 ‘9’라는 숫자를 가장 좋은 양수(陽數)로 보았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라는 교훈적인 세시민속이다.
積善功德行
立春이나 대보름날 전날 밤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란 풍속도 있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 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등등을 실천하는 미풍양속이다.
상여 나갈 때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상엿소리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立春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
부처님께 공양 드려 염불공덕(念佛功德)하였는가'
죽어서까지도 염라대왕으로부터 立春날의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했는지 심판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이다.
기타 민속
목우(木牛)놀이는 함경도 지방에서 전해 내려온 풍속인데 立春날 나무로 만든 소를 관아(官衙)로부터 민가까지 끌고 돌아다녔다. 이것은 옛날 중국에서 흙으로 소를 만들어 내보내던 풍속을 모방한 것으로 농사를 장려하고 풍년(豊年)을 기원하는 뜻을 지닌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立春날에 ‘立春굿놀이’를 하는데 이는 탐라국 시대에 왕이 직접 쟁기를 잡고 백성들에게 시범을 보인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立春굿은 무당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수신방(首神房)이 맡아서 하며, 풍물패를 앞세우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乞粒(걸립 : 마을에 경비를 쓸 일이 있을 때 풍물패를 앞세우고, 재주를 부리며,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일)을 하고, 성주(가정에서 모시는 신의 하나, 집의 건물을 수호하는 맨 윗 신), 옥황상제, 土神(땅의 신), 五方神(다섯 방향에 있는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立春水’는 立春 전후에 받아 둔 빗물을 말한다. 이 물로 술을 빚어 마시면 아들 낳고 싶은 남정네의 기운을 왕성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가을 풀섶에 맺힌 이슬을 털어 모은 물은 추로수(秋露水)인데 이 물로 엿을 고아 먹으면 백병을 예방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立春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째이기 때문에 보리뿌리를 뽑아보아 농사가 흉년일지, 풍년일지를 가려보는 농사점을 친다. 또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 해 풍작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신구간(新舊間)이란 매년 대한 5일 후부터 立春 3일 전까지의 기간으로 제주도에서 있는 고유한 풍습인데 일 년에 한 번씩 있는 신들간의 인사이동 기간으로 이때는 땅 위의 모든 신들이 옥황상제께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신들이 없는 때가 되는데 이때에 이사를 하거나 해 묵은 집수리를 하면 동티(액)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 풍습이다.
立春節食
立春날 먹는 시절음식은 오신채(五辛菜)라는 다섯 가지 매운 맛이 나는 모듬나물이다. 파, 마늘, 자총이(紫葱이 : 껍질이 누런 자줏빛이고, 속은 흰색인 파보다 더 매운 파의 일종), 달래, 평지(유채), 부추, 무릇(파, 마늘과 비슷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 그리고 미나리의 새로 돋아난 새순 중 노랗고 붉고 파랗고 검고 하얀, 즉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오방색을 골라 무쳤다.
노란 색의 나물을 가운데에 놓고, 동서남북에 청, 적, 흑, 백의 四方色이 나는 나물을 놓는데 임금이 굳이 오신채를 진상 받아 중신에게 나누어 먹인 뜻은 사색당쟁을 타파하라는 화합의 의미가 있었다고 보인다. 또 일반 백성들도 식구들의 화목을 상징하고 인(仁), 예(禮), 신(信), 의(義), 지(志)를 북돋는 것으로 보았다. 가히 철학이 담긴 품위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에는 다섯 가지 괴로움이 따르는데 다섯 가지 매운 오신채를 먹음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옛말에 오신채에 기생하는 벌레는 고통을 모른다는 말도 있다. 지루한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立春에 톡 쏘는 매캐한 나물만을 골라 먹었던 오신채 시절식은 한 해를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청량제, 자극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또 오신채는 자극을 주는 정력음식으로 보았으며, `禪苑淸規(선원청규 : 청정한 규칙이라는 뜻으로 참선하는 절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절간의 수도승은 오훈을 금한다 했는데 바로 오훈이 오신채를 말한다. 옛 漢詩에 여인이 젊고 예쁘고 신선한 것을 표현할 때 辛菜氣(신채기 : 매운 나물기운)란 말을 썼으며, 蒜氣(산기 : 마늘 기운)는 여인의 정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탕평채는 조선의 英祖임금이 당파 싸움을 없애기 위하여 탕평책을 논하였던 날 처음 선을 보여서 얻어진 이름이라는 기록이 있다. 녹두묵을 젓가락 굵기로 썰어서 참기름, 소금으로 가볍게 버무려 담고 숙주, 짧게 자른 미나리, 물쑥 등은 데치고, 다진 고기는 볶고, 김 부순 것, 달걀 황백 지단은 채 썰어 옆옆이 담아, 달고 새콤한 초장을 뿌려서 먹는다.
이 외에 立春의 시절식으론 승검초(신감채(辛甘菜):뿌리를 당귀라 하여 약재로 씀) 散炙(산적 : 쇠고기 등을 길쭉길쭉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대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 죽순 나물, 죽순찜, 달래나물, 달래장, 냉이 나물, 산갓 김치 등이다.
立春이시기에 가장 큰 일은 장을 담그는 일이다. 시기는 立春 전 아직 추위가 덜 풀린 이른 봄에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삼삼한 장맛을 낼 수 있다. 메주는 늦가을(음력 10월)에 쑤어 겨우내 띄운 것이 맛있다. 장은 팔진미의 주인이어서 장이 없으면 모든 음식이 제 맛을 낼 수가 없음은 당연하다.
‘立春 날 무 순(筍) 생채(生菜)냐’라는 옛 속담이 있다. 맛있거나 신나는 일을 빗댈 때 立春 시식(立春 時食)으로 먹던 무 순 생채에 비유했었다. 아무튼 음식도 제철 음식이 가장 맛있고 보약인 셈이다.
봄이 시작된다는 立春, 단 하루만이라도 적선공덕행을 함으로써 더불어 나누는 삶을 우리 모두가 실천했으면 한다. 아홉 차리의 풍속과 결합시켜 적선공덕행을 아홉 번쯤 하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의 세상은 환하게 밝아지지 않을까? 이 험한 세상에 우리의 전통, 우리의 민속은 이렇게 귀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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